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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마을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어미견과 새끼 9마리가 한꺼번에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유기견 문제에서 빚어진 비극입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전남 곡성군 곡성읍의 한 농가에서 어미견과 새끼들이 발견된 것은 지난 5일 아침입니다. 얼마전까지 새끼를 밴 듯 배가 부른 상태로 돌아다니던 유기견 황구가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신영순(71)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
신 할머니는 황구가 새끼를 낳은 것을 직감했습니다. 가끔 신 할머니가 키우는 반려견의 밥을 먹고 가던 황구의 배가 이전과 달리 홀쭉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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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낳은 새끼들을 보살펴달라는 부탁이었을까요. 황구는 신 할머니를 이끌 듯 천천히 집 앞마당의 농자재가 쌓인 공간으로 향했습니다.
신 할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주먹만한 크기로, 털 색깔이 흰색부터 갈색까지 다양한 새끼 10여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세어보니 모두 11마리. 안타깝게도 2마리의 몸은 차갑게 식어 죽은 상태였습니다. 유기견 황구는 전날 밤 농자재를 쌓아둔 공간 바닥의 흙을 파고 들어가 새끼들을 낳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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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황구가 강아지들을 낳은 장소 |
신 할머니는 곧장 곡성군청에 신고했습니다. 새끼들을 서둘러 보살피지 않으면 9마리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입니다.
황구와 9마리의 새끼는 동물보호소에 보내졌습니다. 주인이 누구인지 당장 알 수 없는 유기견 처리 절차에 따른 조치입니다.
임신한 상태로 떠돌이 생활을 해온 황구에게 보호소는 비와 바람을 피해 새끼들을 돌볼 수 있고, 밥걱정을 할 필요도 없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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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호소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래 주인을 찾기 위한 7일간의 공고기간과 10일간의 보호기간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유기견이 들어오는 보호소의 공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불가피하게 동물보호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입니다. 황구 가족의 보호기간이 끝나는 날은 오는 16일입니다.
이날까지 어미견의 원래 주인이 찾아오지 않거나 입양을 원하는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황구 가족은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합니다. 보호소의 사정에 따라 시점은 조금 늦춰질 수 있지만 결국 안락사 절차를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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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기견과 새끼들이 발견되면 상인들이 데려가 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동물보호법 논란이 일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사람의 잘못으로 주인을 잃어버리거나 버려진 반려견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떠돌이 개가 되고, 임신과 출산을 해 동물보호소에 오면서 한날한시에 함께 죽음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벌금형 등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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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적으로 주인이 잃어버리거나 버린 반려견은 9만 1797마리. 집계 시점(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일시 보호 중이던 1만 3565마리(14%)를 제외하고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 반려견은 1만 5148마리(16%), 새 주인에게 분양된 반려견은 2만 5444마리(27%)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3만 6785마리(40%)는 보호소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처리됐습니다.
어미견 황구와 9마리의 새끼들은 '안락사 시한'이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보호소에서 편안한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황구 가족의 '안락사 시계'는 과연 멈춰 줄 수 있을까요.
김호 기자 (k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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