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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WTO 분쟁 전승’ 한국의 자신감

경향신문 2019.09.11 원문보기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
최혜국 대우 위반 등 제소
“협의 무산 땐 분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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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이 공식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나선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번 강공 배경에는 근래 일본과의 6차례 WTO 분쟁에서 사실상 모두 이긴 데 따른 자신감도 깔려 있다.

정부가 양자협의 요청서에 적시한 일본 조치의 WTO 협정 의무 주요 위반사항은 크게 3가지다. 바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제1조 최혜국 대우 위반과 제11조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 제10조 무역규칙의 공표 및 시행 규정 위반이다.

일본은 기존 백색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만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적용해 ‘최혜국 대우’를 위배했다.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 대우 의무에 위반한다는 판단이다.

또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는 수출입에서 할당제나 수출입 허가를 통해 수량을 제한할 수 없는 규정이다. 자의적으로 수량을 제한하면 시장 가격이 제 기능을 못해 무역 제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는 국가 안보 등 특별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지만 전쟁·분쟁 등 특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일본이 국가 안보를 위해 수출규제를 했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무역규칙의 공표 및 시행 규정’도 어겼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일본은 지난 7월1일 사전 예고없이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건의 대한국 수출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어 한국과 협의나 대화 없이 3일 만에 해당 조치를 단행했다.

WTO 제소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금까지 설명해온 대로, (일본의 조치는) 규칙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내용을 정밀히 조사한 뒤 WTO 협정에 정해진 절차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당국자는 “양자협의가 무산될 경우 WTO 재판부 격인 패널 설치를 요청해 본격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WTO 제소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은 지금까지 수산물 분쟁을 포함해 한·일 간 벌어진 6건의 WTO 법정 공방에서 한국이 사실상 전승해서다.

또한 WTO 상소기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자동차, 일반 기계, 전자 등 자동화 설비 핵심부품)에 대한 한·일 무역분쟁에서 최종적으로 한국 손을 들어줬다. 한국이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조치에 대해 실질적 쟁점 9개 중 8개에서 WTO 협정 위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시행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조치는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판단, 이번에 WTO에는 제소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예고한 대로 이르면 다음주 국내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할 계획이다.

정유미 기자·김진우 도쿄특파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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