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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차별서 시작된 남녀 대립… ‘일자리’ 놓고 2030 충돌 심화 [연중기획 - 청년, 미래를 묻다]

세계일보 2019.10.10 원문보기
광범위하고 격렬해진 젠더갈등 / 최근 1년여간 온라인 화제 사회 이슈 / 남녀갈등이 70%… 2년 새 두 배 급증 / 이수역 폭행사건 때 갈등 극에 달해 / 미투 이후 등장 펜스룰 놓고 논란도 / 女 90% “사회 불평등”… 男 40% “역차별” / 男측 “고용할당제 등 전용혜택 탓 피해” / 女측 “현실적으로 동등 경쟁 제약 많아” / 전문가 “양성평등 위해 소통 가장 중요” / ‘우먼스플레인’ 펴낸 이선옥 작가 / 중립적 시각으로 젠더이슈 비판 담아 / “정치적 구호라도 인권 경시 표현 안돼”
“양성평등을 넘어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 vs “오랫동안 쌓여온 여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멀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양측의 입장이다. 젠더갈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다. 과거 ‘군가산점제’나 ‘호주제 폐지’ 등의 논란으로 불거졌던 젠더갈등은 더 광범위하고 격렬해졌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부터 ‘이수역 폭행사건’, ‘곰탕집 성추행사건’, ‘대림동 여경 논란’ 등 일련의 주요 사건들은 남녀 대결 구도에 불을 붙였다. 특히 청년세대에서는 젠더갈등이 노동시장 진입 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과 연결되면서 이성에 대한 혐오와 증오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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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휩쓴 젠더갈등

8일 국가미래연구원이 데이터분석 전문업체 타파크로스와 함께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사회 주제를 갈등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남녀갈등이 70.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5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조사 당시 남녀갈등이 31.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언급량도 2015~16년 약 40만건에서 2017~18년 약 240만건으로 6배가량 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주제 상위 10개 가운데 6개가 젠더 관련 문제였다. ‘미투운동’이 287만9888건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고, ‘이수역 폭행사건’(5위·64만6901건)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재판’(6위·61만5492건), ‘한샘, 인턴 몰카·강간논란’(9위·46만3712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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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젠더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시점을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부터라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한 20대 여성이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일부 시민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고, 추모집회를 열면서 ‘여성혐오 및 차별 철폐’ 담론에 불을 지폈다. 이어 지난해 안 전 지사 비서였던 김지은씨와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운동을 통해 각계각층에서 성추행·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 은밀히 스며들어 있던 권력형 성범죄 척결의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모든 남성을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애초에 여성을 회식이나 업무에서 배제하자는 ‘펜스룰’까지 등장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여성계는 펜스룰 역시 여성 배제 논리로 쓰일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우리 사회 젠더갈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지난해 11월 한 포털사이트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술집에서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여성혐오사건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애초 여성의 주장과 다른 사실들이 드러났고, 검찰에서는 양측 모두 상해와 공동폭행, 모욕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 책임소재 등을 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양측을 옹호하는 입장이 충돌하며 남녀 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일간베스트’나 ‘워마드’, ‘메갈리아’ 등 극단적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을 비난하는 ‘뷔페니즘’, ‘꼴페미’라는 단어와 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충’, ‘군무새’, ‘꽁치남’ 등 혐오를 내포한 단어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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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세대일수록 더 민감”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젠더문제에 반응한다. 젠더갈등이 청년세대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임금과 일자리 문제 등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30세대 젠더인식을 분석한 ‘포용국가와 청년정책’ 보고서는 2030 남성과 여성의 젠더갈등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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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전국 만 19∼39세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2030세대 모두 90%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30대 후반을 제외하고 응답자의 40%가량이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20대 초반과 30대 초반 남성의 약 20%는 ‘이미 (사회가) 양성평등하다’고 인식했다. 또 ‘여성에 대한 성차별의 심각성’을 묻는 말에는 여성의 89.0%가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45.8%만 동의했다. ‘남성에 대한 성차별’과 ‘남성혐오’에 대해서는 남성의 70%가량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2030세대 남성의 ‘억울함’이 담겨 있다. ‘현재는 충분히 성평등 사회인데, 왜 우리가 동등한 입장에 있는 여성을 무조건 배려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남성 응답자가 ‘남성에 대한 차별 사례’ 1순위로 지적한 것은 ‘정책적·문화적 역차별(20.0%)’이다. 남성 응답자들은 여성 전용 주차장, 지하철 여성 전용칸, 여성 전용 도서관 등 여성 전용시설과 여성고용할당제와 같은 여성 정책 등 여성에게만 제공하는 혜택이 남성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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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인 원모(25)씨는 “어머니 세대에 여성들이 약자였던 것은 사실이고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미 여성 전용 시설, 여성임원 비율 할당제, 경찰·소방공무원 체력시험 등 모든 게 여성우대급”이라며 “능력이 되면 남자든 여자든 성공하는 시대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고위직 ‘하이패스’는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직장인 김모(31·여)씨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남성 임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은 여성이 동등한 경쟁을 하기에 여전히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성 전용 시설은 실제 강력범죄 희생양이 여성에게만 몰리는 현실로 인해 궁여지책처럼 나온 것인데 여자라서 배려해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인, 결과가 바뀐 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이동귀 교수(심리학과)는 “외국은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오랜시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민문화를 구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시간 내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다 보니 급진적인 페미니즘, 남성의 기득권 박탈에 대한 우려감 등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성인지감수성 교육 등을 통해 이분법적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서로의 어려움 등을 이해하고 어떻게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사회학과)도 “최근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 청년세대 일부 남성이 느끼는 사회적 좌절감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과 여성혐오 담론으로 이어진다”며 “정부에서는 이런 성별갈등을 만드는 구조적 요인들을 정확히 진단하고 남녀가 함께 화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안 판단 핵심은 ‘공정성’… 남녀대결 구도 몰지 말아야”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각종 사건이 젠더갈등으로 확산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젠더이슈를 편향되지 않은 중립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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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이선옥(사진) 작가는 ‘우먼스플레인’이라는 책을 통해 ‘혜화역 시위’나 ‘이수역 폭행 사건’ 등 다양한 젠더이슈에 대해서 ‘균형있는 비판’을 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이 작가가 젠더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우먼스플레인’에 고정 출연하면서 발언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모든 사안을 과도하게 젠더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어떤 사안을 판단하는 데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훼손하지 않고 시민 사이에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공정성’이라고 봤다. 그는 “젠더 감수성이 모든 인권 감수성에 비해 더 특별하고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젠더 감수성을 가지라는 요구도 개개인의 기본권을 더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해 “술집에서 일어난 단순시비 폭행사건임에도 경찰 19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이 꾸려져 40일간 수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조사에 나선 것은 경찰력, 행정력 낭비”라며 “결국 나중에 조사결과 여성들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 드러났다. 이처럼 성별 대결구도를 만들고 남녀를 가해자와 피해자 프레임으로 쉽게 묶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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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미러링’(혐오표현 따라하기·mirroring)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여혐(여성혐오)은 있어도 남혐(남성혐오)은 없다는 태도는 이중잣대”라며 혜화역 시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혜화역 시위 당시 일부 참가자가 남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했고, 이는 “남성들이 해왔던 잘못된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정치적 구호라고 해도 타인의 생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러링이라는 말로 혐오발언들이 용인될 수 없다. 일관되지 않은 기준은 비판을 부른다”고 반박했다.

남혜정·이강진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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