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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해상사격훈련 연기, '北 눈치보기' 논란 왜?

이데일리 2020.05.23 원문보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조선 군부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 행위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 적대 행위를 금지하고, 특히 서해 일대를 평화 수역으로 만들데 대해 온 민족 앞에 확약한 북남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고 노골적인 배신 행위다.”

북한 인민무력성 대변인이 지난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담화입니다. 우리 군이 6일 서해 상공과 해상에서 실시한 합동 방어훈련을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 ‘군사대결의 극치’,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며 비난한 것입니다. 군 당국은 지난 7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를 통해 이 훈련 내용을 홍보했습니다.

◇北 반발에…靑, 軍 당국자들 불러 ‘회의’

우리 군의 훈련과 이를 보도한 국방일보,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파장을 낳았습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8일 국방부와 각 군의 공보 당국자들을 불러 관련 회의를 하면서 입니다.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국방일보의 보도 경위를 질책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청와대와 군 당국은 토론과 논의는 있었지만 질책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방부 대변인과 군 공보정훈실장 등을 한데 불러 이례적으로 관련 회의를 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훈련과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맞지 않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질책은 없었다고 했지만 청와대의 ‘의견’은 당국자들 입장에선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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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방일보가 7면에 보도한 서북도서 합동 방어훈련 관련 기사다. [출처=국방일보]


이번 청와대 회의는 우리 군이 지난 19일 실시하려다 미룬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의 비공개 방침과 연기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낳았습니다. 당초 군은 육군 다연장로켓(MLRS)인 천무와 아파치 공격헬기, 해군의 함정과 P-3 해상초계기, 공군의 FA-50 경공격기 등을 동원해 이날 동해상에서 대규모 합동 화력 훈련을 실시할 방침이었습니다.

군 당국은 이같은 훈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비공개 결정이 앞선 청와대 회의의 연장선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기상 탓에 아예 훈련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것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현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은 “비 오는 날은 전쟁 안할 거냐”면서 해상사격훈련 연기를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기상불량으로 훈련이 순연 됐음에도 마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처럼 군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 또 과장 보도한 데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훈련연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이고 편향된 보도를 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국방부 대변인 언급에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대변인과 기자들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악천후엔 해상사격훈련 불가능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경북 울진군 죽변 해안의 19일 기상은 실제 매우 불량했습니다. 해당 구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고 파고도 4m 이상으로 관측됐습니다. 예비일이었던 20일에는 풍랑경보가 발효됐고 풍속은 최대 72km/h, 파고도 최고 6m에 달했습니다. 육·해·공군 전력들의 투입이 불가능했고, 설사 훈련을 진행했더라도 정확한 훈련 측정이 어려워 훈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을 상황이었습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파고가 높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사격 표적으로 사용하는 폐선박의 예인이 어렵다고 합니다. 함정에 줄을 연결해 폐선박을 사격 예정지까지 끌고 가야하는데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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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해군 해상기동훈련에서 신형호위함 충북함(FFG)을 비롯한 함정들이 해상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게다가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기 하루 전부터 해군 고속정들이 사격훈련 구역에 투입돼 소개(疏開) 작전을 해야 하는데 파고가 높을 경우 기동에 제한이 있습니다. 소개 작전은 공습이나 화재에 대비해 분산시키는 것으로 어선과 상선 등 민간선박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이번과 같이 해군과 공군 뿐만 아니라 육군 전력까지 동원될 경우 미사일 등 지상 무기체계가 배치된 해안선부터 먼바다까지 전체가 사격훈련 구역으로 설정됩니다. 수역 전체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고속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악천후 상황에서 완전하게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사격훈련 구역에 단 1척이라도 어선이나 상선이 있으면 안전 문제로 훈련은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는 ‘북한 눈치보기’라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사격훈련을 취소했다면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날씨 때문에 연기한 것을 그렇게 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 군사 관련 이슈들에서 청와대 개입설이 계속되는한 북한 눈치 보기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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