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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의 금융CAST] P2P금융을 위한 변명

이데일리 2020.05.23 원문보기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도 때와 시간에 따라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한 일입니다. 처음에는 좋았다가 상황이 변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냐’이겠죠.

오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P2P금융입니다. P2P금융이 나타나게 된 계기,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순(順)’ 영향을 줬는지, 어쩌다 오해를 받게 됐는지, 그리고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얘기를 풀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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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표적인 P2P금융업체 ‘렌딩클럽’의 모바일 화면


P2P금융의 시작은 개인신용대출이었습니다. 신용도는 낮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빌려주자는 취지였습니다. 투자자는 은행에 맡길 때보다 높은 수준의 이율을 기대할 수 있고, 대출자는 대부업 등 2금융권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중금리 대출의 힘은 ‘그라밍뱅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83년 무함마드 유누스가 방글라데시에서 설립한 이 은행은 소액대출은행이면서 사회적기업이었습니다.

그라민뱅크는 고금리 대출을 써야하는 빈민층에 중금리 대출을 해줬습니다. 이 대출을 빌린 사람들은 이를 밑천 삼아 좌판이라도 열 수 있었죠. 고리의 빚더미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입니다. 그라민뱅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중금리 대출의 순기능을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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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은 이런 구조를 보다 정교화합니다. 대출자들의 신용도, 즉 ‘돈을 갚을 수 있는 성실성’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은행 거래 기록이 없는 사람들도 신용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1금융권이 갖고 있는 신용기록은 몇 개 안됩니다. 기록이 없으니 은행 입장에서는 그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를 높은 금리로 보답하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전화요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 ‘안전 운전을 하는 사람’ ‘한번도 지각하지 않고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는 사람’ 등의 데이터를 모읍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러한 사람들은 빌려간 돈도 성실하게 갚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을 도출합니다. 이에 따라서 신용도를 측정해서 돈을 빌려줍니다.

은행 거래 기록이 없어도, 신용평가 기록이 낮아도, 그 사람이 남긴 데이터가 그 사람의 신용도를 증명하는 것이지요.

P2P금융 업체들은 다수의 대출자들에게 빌려준 대출을 채권화합니다. 예컨대 100명이 빌려간 10억원의 돈이 있다면 이를 한 덩어리로 만들고 잘개 쪼개는 것입니다. 1만원이나 10만원 같은 소액의 채권과 같은 증권으로 만듭니다. 이걸 투자자들이 사가게 됩니다. 혹여 100명의 대출자 중 몇명이 돈을 떼먹고 도망가면서 돈을 통째로 못받게 되는 구조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일반 대부업과 P2P금융 간의 차이점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대출자의 신용도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금리를 적용하는지, 비대면으로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지, 대출 자산을 분산화하는 지 등)

국내에 들어온 P2P금융은 2015년을 기점으로 사업 대상을 부동산으로 넓히기 시작합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거나, 아예 부동산 개발에 돈을 투자하는 식입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으면 대출자는 더 낮은 수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개인신용대출의 마지막 한계점인 ‘떼 먹고 도망간다’라는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 대출자가 돈을 못 갚게 되면 아파트 등 부동산을 경매 등에 넘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부지선정, 개발인허가, 분양, 건축, 입주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돈이 부족한 차주(대출자)에게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전체 투자 비용 100억원 미만의 중소형 규모 차주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담보없이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업자한테는 빌려주지는 않습니다. 진짜 자기 땅에 빌라를 지어서 팔려고 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지인들의 돈과 사채를 끌어다 쓸 수 밖에 없습니다.

P2P금융은 이런 개인 차주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1금융권보다는 쉽게, 2금융권보다는 싸게 돈을 빌리니까요. 보다 싼 이자로 빌라를 지으면 서민들이 조금더 저렴하게 빌라에 입주할 수 있게 됩니다.

P2P금융사 입장에서는 개인신용대출보다 더 많은 수익과 대출자산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PF를 초반에 시작했던 업체들은 빠르게 대출 자산을 늘려갔습니다. 이를 본 개인신용전문 P2P기업들도 앞다퉈 부동산PF와 부동산담보 P2P에 뛰어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투자 P2P의 경우 분산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혹여 사업 하나가 중지되면 투자자들은 되레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덩어리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사업 하나가 중단되면 P2P금융업체가 떠 안아야할 연체 자산 비율도 커집니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는 개인신용대출과 달리 앞으로의 업황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개발이 돼 분양까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도중에 인허가가 안되거나, 경기가 나빠져서 분양이 안되거나 하는 등입니다.

또 사기를 당하기도 쉽습니다. 전문성 없이 달려들었다가는 투자금만 날리기 쉽습니다. P2P금융이 아니라 개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시장이 부동산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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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중반부터 완연하게 낮아지고 있는 소형주택 인허가 실적 수 (자료 : 국토부)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빌라, 중소형 상가 등 부동산 시장 불황은 부동산 P2P금융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전문성 없이 달려든 P2P금융업체들의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사태로 여러 PF라 중지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일부 P2P투자자들은 원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장기간 기다려야할 상황입니다. 경매 등의 절차를 통해 원금을 회수하면 그나마 다행이고요.

결론으로 들어와보겠습니다.

P2P금융은 그 자체만으로는 훌륭한 중금리 대출 수단입니다. 개인신용은 물론이고 중소규모 건축사업자한테도 현금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활성화될 수록 은행에서 외면받은 많은 이들에게 금리 혜택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입니다. 많지는 않아도 매월 따박따박 이자가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조금더 규모를 키우면 은퇴자의 연금과 같은 기능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의 경기 하락으로 P2P금융의 업황이 안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부동산PF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경기가 좋아져 회복하면 다행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몇몇 부실 업체들은 쓰러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런 ‘혹한기’를 통해 옥석이 가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성 없이 부실대출 자산을 쌓아온 업체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이 나서 업체들이 투자자들을 속이지 않나 살펴봐야합니다. 연 체율 뿐만 아니라 부실률(못받게 된 원금 비율) 등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 공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당장은 몇몇 업체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겠지만, 그게 전체 P2P금융 업체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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