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페이지

사고 잇따르는 F-35… 한국은 괜찮을까 [박수찬의 軍]

세계일보 2020.05.23 원문보기
미군이 운용하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한국 공군이 도입중인 F-35A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F-35A 1대가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훈련 도중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F-35A 추락사고는 두 번째 사례로 지난해 4월 일본 항공자위대 F-35A가 일본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2018년 9월 28일에는 F-35B 전투기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뷰포트 미 해병대 항공기지에서 추락했다.

한국 공군은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군 관계자는 “F-35A는 정상 비행에 나서고 있다”며 “사고 조사 과정에서 기체 결함 등이 드러나면 미국측이 관련 사항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사진 작게보기

미 공군 F-35A가 애리조나주 루크 공군기지를 이륙해 비행훈련에 나서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하지만 F-35A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태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스텔스를 너무 믿었나

F-35A 운용의 핵심 개념은 스텔스 성능과 실시간 네트워크 체계다. 언뜻 보면 중국, 러시아, 유럽 전투기보다 우수한 ‘최강 전투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든 요소지만, 실제로는 F-35A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화에 성공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A는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채 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스텔스 성능에 집중하면서 전투기가 갖춰야 할 요소가 기존 전투기에 비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스텔스를 유지하고자 폭탄이나 미사일을 내부무장창에 수납하면서 무장 탑재량이 부족해진 것이다. F-35A는 AIM-120C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2발씩 장착한다. 암람 4발 또는 소구경 폭탄(SDB) 8발을 내부에 장착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세계일보사진 작게보기

미 공군 F-35A들이 유타주 힐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긴급발진 훈련에 나서고 있다. 미 공군 제공


공군이 F-35A 도입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을 때, 북한 내륙지역으로 침투해 전략 목표를 공격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정도 무장으로 북한에 산재한 수천개의 갱도진지를 파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두께가 5m가 넘는 벙커는 F-35A로서는 타격이 어렵다. 육군 탄도미사일이나 F-15K 탑재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보다 공격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거리 비행능력을 갖추면서 기체가 대형화돼 초음속 비행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군이 사업 초기 주장했던 북한에 대한 스텔스 침투작전은 무의미해진다.

더 큰 문제는 탑재무장의 종류다. 아무리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도 무장이 빈약하면 ‘21세기판 가미카제’일 뿐이다.

한국 공군의 기존 전투기는 전략적 억제력을 지닌 항공무장을 통해 북한과 주변국을 압도했다. F-4는 팝아이 공대지미사일, KF-16은 암람을, F-15K는 슬램 이알과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했다.

세계일보사진 작게보기

미 공군 F-35A가 공중 표적을 향해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면 F-35A에 장착되는 무장은 F-15, F-16과 별 차이가 없다. 스텔스 성능을 지나치게 과신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은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신형 항공무장을 만든데 자극받아 AIM-260 장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F-35A와의 체계통합과 감항인증 등의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운용은 쉽지 않다.

미 공군은 B-1B와 B-52H를 비롯한 전략폭격기와 수백대의 F-15를 갖고 있어 이같은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노후한 F-4와 F-5 전투기를 여전히 운용중인 한국 공군으로서는 풀기 힘든 난제다.

네트워크 체계는 사이버공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F-35A는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정보통신 기능을 지니고 있다.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F-35A에 사용되는 자율군수정보시스템(ALIS)은 전투기 내부에서 어떤 부품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단하고, 군수지원 조직에 정비 요구와 함께 문제가 발생한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투기와 외부간의 정보통신이 필요한데, 이는 전투기 컴퓨터에 대한 사이버공격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세계일보사진 작게보기

미 공군 정비요원들이 F-35A에 케이블을 연결, 내부 장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다시 주목받는 F-15 “무장 탑재가 더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공군 내부에서는 F-15, F-18에 관심을 갖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재 추진중인 F-35A 20대 추가 도입 대신 많은 무장을 실을 수 있는 4세대 전투기를 더 확보한 뒤 6세대 전투기로 넘어가자는 주장이 내부적으로 조금씩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F-18보다는 F-15가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F-35A는 운영유지 인원 수요가 다른 기종보다 적고 조종사도 1명만 탑승한다. 조종사나 무장사, 정비사 규모 유지가 쉽지 않다. F-35A가 배치된 청주 공군기지 부대원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A 핵심 시설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국이 요구하는 보안수준이 높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사진 작게보기

미 해군 F/A-18E/F 전투기가 항공모함에 착함하기 위해 하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때 F-35A 도입 가능성이 제기됐던 독일은 4세대 전투기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달 유로파이터 93대와 F-18 45대를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독일은 2040년을 전후로 5세대 대신 6세대 전투기를 확보하게 된다. 프랑스도 라팔 전투기를 계속 운용하면서 독일과 공동개발한 6세대 전투기로 옮겨갈 계획이다.

기존 전투기의 개량작업도 진행중이다. 미국 보잉은 F/A-18E/F 블록 3를 최근 선보였다. 수명이 6000시간에서 1만시간으로 늘어났고, 발산되는 레이더 신호는 감소한 반면 네트워크 및 통신 체계는 더욱 강화됐다. F-15도 미 공군의 요구로 최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전자전 체계 등을 갖춘 F-15EX가 등장한 상태다. 카타르를 비롯해 F-15 개량형을 원하는 국가들도 여전히 있다.

세계일보사진 작게보기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 채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은 이르면 2022년부터 F-15K 성능개량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선행연구를 진행한다. 미국 F-15EX와 카타르 F-15QA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자전 능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F-15를 신규도입한다면 기존 F-15K보다 무장 탑재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코로나19에 따른 2차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F-35A 예산 3000억원이 삭감됐고, 3차 추경에서도 국방예산이 또다시 깎일 가능성이 높다. F-35A 20대 추가 구매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투기 도입이 힘을 얻기는 어렵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2020년대 공군 주요 전력 사업은 KF-X만 남을 수도 있다”며 “KF-X 개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군 전력공백이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세계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함께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