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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외야 백업도 가능합니다, 도쿄에 꼭 가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2021.06.11 원문보기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 노리는 한화 유격수 하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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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프로 10년차가 된 하주석은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한화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많은 팬들이 제가 나이가 많은 줄 아세요. 저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요. 2002 월드컵 때 여덟 살이었어요.”

한화 이글스의 유격수 하주석은 만으로 스물일곱 살이지만 어느덧 프로 10년차다. 2012년 한화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젊은 한화를 이끄는 핵심 선수가 됐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하주석에게 “데릭 지터와 같은 선수가 돼 달라”고 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였던 지터는 뉴욕 양키스의 캡틴으로도 유명했다.

“경기 중에 보이는 제 모습이 예전에 비해 더 진지해졌다는 얘기를 듣는데 무거운 책임감 때문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아무래도 팀 분위기가 업다운이 심한 경향이 있는데 제가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6월, 다시 살아난 하주석

하주석은 한화 팬들에겐 애증의 존재였다. 신일고 1학년 시절 청룡기 고교 야구 대회에서 16타수 11안타를 몰아치며 팀을 12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려놓으며 ‘타격 천재’의 탄생을 알렸던 그는 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오랜 시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지난 두 시즌 부진이 컸다. 2019시즌엔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며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72경기에만 나서 홈런 2개에 32타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수베로 감독과 함께한 올 시즌, 하주석의 각오는 남달랐다. 스프링캠프부터 절치부심한 그는 개막 후 4월 한달간 타율 0.321, 17타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5월 들어 타율 0.220, 7타점으로 기세가 꺾였다. 그는 “지난달엔 나 자신에게 화도 많이 냈는데 스스로 좋을 것이 없었다”며 “평정심을 가지려 애를 쓴 결과 다시 타격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6월에 다시 살아난 그의 이번 달 타율은 0.355. 지난 5~6일 NC전에선 2경기 연속 3안타를 쳤다. 하주석은 수베로 감독의 신뢰 속에 올 시즌 모든 타석을 3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프로 커리어 중 처음 겪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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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은 올 시즌 한화의 붙박이 3번 타자다. / 한화 이글스


◇ “볼넷은 기분 좋은 것”

하주석의 기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스탯은 출루율이다. 올 시즌 타율 0.283에 출루율이 0.369다.

하주석은 그동안 대표적으로 삼진이 많은 타자였다. 2018시즌엔 28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130개의 삼진을 당했다. 볼넷/삼진 비율이 0.22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나빴다.

하지만 올 시즌엔 이미 볼넷을 23개나 얻어내며 시즌을 절반도 치르기 전에 커리어 하이인 28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반면 삼진은 46개로 볼넷/삼진 비율이 0.50으로 꽤 좋아졌다.

하주석은 “수베로 감독님이 ‘좋은 공을 쳐야 결과도 좋다. 공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덕분에 공을 보는 눈이 좋아졌다”며 “예전엔 무조건 치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올 시즌 볼넷이 정말 기분 좋고 소중한 기록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주석의 진정한 가치는 수비에서 나온다. 올 시즌 한화의 유격수로 수베로 감독의 현란한 시프트 수비 작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1대0으로 승리한 키움전에선 0-0으로 맞선 3회초 이정후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1루와 2루 사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유격수 하주석의 다이빙 캐치였다. 보통 시프트를 가동할 때 1루와 2루 사이의 깊은 지점은 2루수가 이동해 커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화는 유격수인 하주석이 위치를 옮길 때가 많다. 하주석이 시프트 작전의 키플레이어인 셈이다.

하주석은 “우리 팀이 10구단 중 가장 강하고 적극적인 시프트 작전을 쓰는데 이런 모습이 리그 전체적으로도 변화를 주는 것 같다”며 “점점 성공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 신이 난다”고 했다.

◇ 뜨거운 유격수 선발 경쟁

안 다치고 시즌을 완주하면서 팀 후배들과 재미있는 야구로 성과를 내고 싶다는 하주석의 눈앞 목표는 도쿄올림픽 출전이다. 한창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중학생 시절 봤던 2008 베이징올림픽의 강렬한 장면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베이징 금메달 멤버인 정근우 선배와 함께 뛰면서 대표팀과 올림픽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알게 됐죠. 도쿄올림픽에 나선다면 정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그 무대에 설 것 같습니다.”

사실 하주석의 포지션인 유격수는 가장 대표 선발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NC 노진혁이 유격수 중 홈런(5개)과 타점(27), wRC+(118.4)에서 가장 앞서고, KT 심우준은 타율(0.306)이 가장 높다. 키움 김혜성은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1.80으로 유격수 1위다. 하주석은 wRC+에서 114.7로 국내 유격수 중 두 번째다.

유격수는 무엇보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국제 무대일수록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에 방점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실책 개수에선 40경기 이상을 소화한 유격수 중 노진혁(2개)이 가장 적고, 그다음이 하주석(4개)이다. LG 오지환은 5개.

공격과 수비를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노진혁과 하주석이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에선 가장 돋보인다. 주루 능력을 갖춘 대주자 역할을 감안하면 올 시즌 도루 1위(22개) 김혜성과 작년 도루왕(35개) 심우준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김혜성은 올 시즌 14개의 실책을 저지른 점이 불안 요소다. 심우준도 9개의 실책을 범했다.

하주석은 “내 장점은 수비의 안정감”이라며 “타석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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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은 도쿄올림픽 출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한화 이글스


◇ “군필에게도 올림픽은 꿈의 무대”

하주석에게 “군대를 갔다 온 선수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가 덜한 편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기 때문에 미필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에 더 절박할 수 밖에 없다. 유격수 후보 중에선 노진혁과 하주석이 군대를 다녀왔고, 심우준과 김혜성은 미필이다.

하주석은 그 말에 단호하게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가슴 벅찬 일입니다. 어떻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올림픽 무대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의지는 다음 말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 상무에서 중견수도 보고, 좌익수도 봤어요. 외야도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점을 강조해 봅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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