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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비밀공개 사고 치고도 어물쩍 넘어간 송영길 전해철[뉴스원샷]

중앙일보 2021.07.31 원문보기


전문기자의 촉: 백신 설화(舌禍) 뭉개기



중앙일보

50대 국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충남 계룡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0대 시민들에게 접종할 모더나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분기(7~9월)가 되면 코로나19 백신이 넘칠 줄 알았다. 7월 1100만회 분을 시작으로 8000만회 분이 들어오고, 국민의 70% 넘게 3600만명이 1차 접종을 한다고 해서다. 백신 보릿고개가 왔다고 지적하면 정부는 3분기에 쏟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7월이 다 가는데, 언제 오느냐고 따지면 "1100만회 총량 도입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총량에 탈이 났다. 모더나 유럽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총량을 채우지 못했다. 얼마나 늦어지냐고 따져 물어도 정부는 비밀유지협약을 들어 묵묵부답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더나의 내막을 공개해 버렸다. "25일 75만 도즈, 31일 121만 도즈를 받기로 한 게 연기됐고, 다음 주에 130만~140만 도즈가 받는 것으로 얘기됐다"고 말했다. 범정부 백신도입사무국은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주별 도입 물량, 가격, 면책조항 등을 톱 시크리트(top secret)로 관리한다. 화이자·모더나 등의 제약회사와 계약이 그리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송 대표가 협약을 깼다.

두어 시간 후 엉뚱한 사람이 수습에 나섰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국장)이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기자 질문의 절반가량이 송 대표 관련이었다.

"좀 유감스럽고" "다소 유감을 표하며"

손 국장은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 두 차례 유감을 표했다. 그런데 유감이라는 말 앞에 '좀' '다소'라는 부사를 넣었다. 아마 여당 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인 듯하다. 손 국장은 "가급적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전체적으로 이런 입장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서 다양한 쪽으로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코로나19가 아니라 송 대표의 사고 발언을 수습하는 모양새가 됐다.

송 대표는 한 술 더 떴다. 29일 "모더나에서도 이것(28일 자신의 물량 공개)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예정대로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어 "모더나의 QC(quality control·품질관리) 하자로 계약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된 사안에 대해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 했던 말"이라고 해명했다.

송 대표의 모더나 물량 공개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줬을까. 손영래 국장은 28일 "(송 대표의 발언 내용이) 비밀 유지협약 준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며 페널티(불이익)도 가능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9일 "(송 대표가) 도대체 어디서 듣고 마구 공개하는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통화한 뒤 "내년 2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4000만회가 들어온다"고 자랑했다. 화이자보다 더 신뢰를 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7월 도입 물량이 8월로 넘어갔고, 이로 인해 50대 후반이 접종하는 백신이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바뀌는 소동이 벌어졌다. 화이자는 한 번도 주별 공급 물량을 어긴 적이 없다. 모더나는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까다롭다. 내주 물량을 이번 주에 알려주는 식이다.

미리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원죄가 있으니 다국적 제약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여당 대표가 사고를 쳤고 거기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송 대표는 어디서 모더나 정보를 구했을까. 정부의 백신도입사무국은 아닌 게 분명하다. 송 대표의 측근은 "본인(송 대표)이 알아본 것 같다. 백신 수급 불안감을 해소해보려고 의욕적으로 나선 건데…"라고 말한다. 이런 설화(舌禍)에도 이달 지연된 물량 196만회 분을 포함, 8월 총 1046만 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공급받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5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주별 공급량을 언급했다가 해당 제약사들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에도 중수본이 나서 수습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당시 보도반박자료를 내는 등의 노력을 해서 화이자를 무마시켰다. 전 장관도 유감을 표명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8, 9월에는 정부가 공언한 대로 백신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으면 좋겠다. 매주 애를 태우는 일은 7월로 끝났으면 좋겠다. 홍수처럼 쏟아지면 송 대표, 전 장관 같은 설화가 생길 리가 없을 게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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