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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관왕' 안산의 마지막 한 발…우리가 만든 '우리 활'로 쐈다

머니투데이 2021.07.31 원문보기
[머니투데이 안성(경기)=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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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개인전 8강에서 인도의 디피카 쿠마리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 2021.7.30/사진 = 뉴스1



지난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 여자 양궁 안산 선수(20·광주여대)가 '운명의 슛오프'에서 마지막 10점을 쏘며 옐리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을 거머쥔 안산이 든 활에는 'WIAWIS'(위아위스)라는 국내 브랜드의 이름이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안산·김제덕(17·경북일고)·강채영(25·현대모비스)·장민희(22·인천대) 등 세계가 공인하는 '최강' 한국 양궁 선수들은 국산 활을 들고 메달 사냥에 나선다. 국내 기업인 윈엔윈의 양궁용 활 브랜드인 WIAWIS에서 10만번의 테스트를 거친 제품이다. 국산 활은 구본찬·장혜진 등 우리 선수들 외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일본 선수들의 '메달의 순간'에도 함께하는 '최종병기'가 됐다.


일본 잡고 미국 넘어 '세계 1위' 되기까지…양궁선수가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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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양궁용 활 제작기업 '윈엔윈'의 개발실에서 완성된 제품의 내구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한국 양궁 신화의 숨은 주역인 윈엔윈의 본사를 30일 기자가 직접 찾았다. 경기 안성에 있는 윈엔윈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던 박경래 대표가 1993년 설립했다.

1970년대만 해도 한국은 세계 양궁의 변방이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당시 17세였던 서향순이 금메달을 따면서 주목을 받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국산 활을 쓰는 선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윈엔윈 설립 당시 양궁 시장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가 양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양궁 선수들은 고가의 야마하나 전통의 호이트 제품을 선호했으며, 국산 활을 드는 선수들은 비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하던 박 대표는 '한국 사람은 한국 활을 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궁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활에 의존하다 보니 문제점도 있었다. 미국 호이트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한국의 독주를 막으려고 일부러 최신 기술이 적용된 활을 판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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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김제덕이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8강에서 활을 쏘고 있다.2021.7.26/사진 = 뉴스1



박 대표는 "외국 사람들의 체형에 맞춰진 외국산 활에 의존하는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분명히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활이 필요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는 낮은 인지도로 선수들의 선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윈엔윈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윤미진 선수(당시 18세)가 윈엔윈의 활을 들고 여자 양궁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윈엔윈에 기회가 왔다. 야마하가 수익성 악화로 양궁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윈엔윈이 야마하의 일본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생산 기술을 높일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현재 50%가 넘는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윈엔윈은 해외 회사에 생산 설비 견학을 올 정도로 사업적 위치가 올라갔다.


양궁 경험자들이 10만번 넘는 테스트 거쳐 만드는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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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기 안성시의 윈엔윈 본사 전경. / 사진 = 오진영 기자



윈엔윈이 제조한 활은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도쿄 올림픽 직전에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구본찬·장혜진이 윈엔윈의 활을 통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일본이나 중국·프랑스·이탈리아 등 50여명의 선수가 윈엔윈 제품을 사용한다.

윈엔윈의 직원 대부분은 선수 출신의 양궁 경험자다. 주니어 국가대표를 지냈던 '국대급' 경력의 소유자도 있다. 회사 안에는 아예 양궁 연습장을 설치해 놓고 양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가 누구보다 양궁을 잘 알아야만 좋은 활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선수 출신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만들어진 활은 카본(탄소 섬유)을 이용해 제작된다. 3~7kg 정도 무게의 활은 50만원에서부터 500만원이 넘는(한 세트 기준) 제품까지 다양하다.

윈엔윈은 선수들의 취향까지 파악해 '맞춤 활'을 제작한 뒤 내구도·무게 등 10만번이 넘는 '완성품 테스트'를 거친다. 실제 활의 슈팅 순간 발생하는 0.3mm의 차이가 실제 경기 중에는 10점과 8점을 오가는 큰 차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에서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우리 활'을 개선하고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며 "세계 어디에서나 이름이 알려진 나이키처럼 큰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성(경기)=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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