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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조기 퇴출' 키움, 삼성 라이블리에 영향 줄까

오마이뉴스 2021.04.16 원문보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시즌 초반부터 과감한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키움은 15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조쉬 스미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고, 지난 시즌까지 키움에서 활약했던 제이크 브리검의 재영입을 발표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10경기, 스미스에게는 단 2경기 만의 퇴출이다. 스미스는 1승, 평균자책점 6.30의 성적을 남긴 채 한국무대를 떠나게 됐다. 스미스는 첫 등판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지난 13일 LG 트윈스전에서는 6이닝 3안타(1홈런) 2탈삼진 2볼넷 2실점의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스미스는 첫 승을 거둔 지 불과 하루 만에 퇴출통보를 받는 신세가 됐다.

키움은 왜 KBO리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스미스를 빠르게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을까. 정규시즌만 놓고보면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키움의 선택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이미 스프링캠프부터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스미스의 기량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키움이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의 조건은 빠른 구속과 땅볼 유도에 강점이 있는 이닝이터였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스미스의 투구는 구속이 140km초반에 불과했고 뜬공 비율이 높았다. 스미스는 시범경기 2경기(8이닝)에서 1패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했다. 이닝 소화력도 떨어져서 시즌 초반부터 불펜에 가중되는 부담이 많았다. 홍원기 감독은 첫 승을 거둔 LG전도 투구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고 외야로 멀리 뻗어나가는 타구가 많았다고 지적하며 운이 따른 승리에 가깝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새 외국인 투수인 브리검은 이달까지는 현 소속팀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달 2일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며,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거친 후 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은 몇 주간 선발로테이션에서 외국인 투수의 빈 자리를 감수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키움이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선수 교체 사례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으로 보인다. 키움은 최근 몇 년간 2019시즌 정도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교체를 선택했다. 2020시즌 타자 듀오인 테일러 모터와 에디슨 러셀처럼 흑역사에 가까운 연타석 실패 사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사례도 많았다. 이번에 재영입한 브리검만 해도 2017시즌 교체 선수로 합류하여 키움에서 4년간 에이스로까지 성장했다.

2017년 브리검과 교체된 오설리반은 당시 110만 달러의 국내 외국인 선수 최고액에 입단계약을 맺었지만 불과 3경기 만에 8이닝 14살점 자책점 15.75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기고 조기 퇴출됐다. 브리검은 한국에 오기 전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오설리반과 비교가 되지 않았고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브리검은 오설리반의 절반도 안 되는 45만달러의 연봉에 계약을 맺고도 브랜든 나이트-앤디 밴 헤켄 등의 키움 외인 에이스 계보를 잇는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브리검은 4년간 키움에서 주축 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104경기에 등판해 43승 2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한국야구을 떠난 후 브리검은 대만 프로야구 웨이취엔 드래곤스에서 입단해 이날까지 5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1패 평균자책점 0.63으로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다. 당초 키움이 올시즌 브리검과 재계약에 실패했던 이유인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만한 내용이었다.

현재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서 맹활약중인 타자 제리 샌즈 역시 키움표 교체 외인의 또 다른 성공사례다. 2018시즌 중간에 마이클 초이스의 대체 선수로 키움에 합류한 샌즈도 처음에는 물음표가 달렸지만, 불과 2시즌 동안 리그 40홈런-타점왕 타이틀 등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환골탈태했다. 샌즈는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을 몸값이 3배가 폭등하며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한 이후에도 올시즌 홈런 선두에 등극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브리검과 샌즈의 연이은 성공은 이제 외국인 선수도 막연한 이름값보다는 '가성비'와 '육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반면 키움의 빠른 외인 교체 결단으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팀은 바로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 역시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의 초반 부진 때문에 고민이 깊다. 올 시즌 라이블리의 성적 1패 평균자책점 11.42로 스미스보다도 더 좋지 않다.

하지만 부진한 라이블리를 대하는 삼성의 태도는 아직까지 키움과는 사뭇 다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시범경기부터 스미스에 대하여 언론에 교체 가능성을 대놓고 드러내는 등 솔직하다 못해 혹독한 평가를 내린 반면, 허삼영 삼성 감독은 선수의 사기와 자존심을 고려하여 라이블리의 부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KBO리그 첫해였던 스미스에 비하여 라이블리가 어느덧 삼성에서만 3년차를 맞이하는 선수라는 것도 어느 정도 존중을 해주는 이유로 보인다.

2019년 8월 퇴출당한 덱 맥과이어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라이블리는 첫해는 4승 4패 평균자책점 3.95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재계약을 성공했지만, 지난 시즌 옆구리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는 등 6승 7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막바지인 9월 이후에 보여준 강렬한 에이스급 피칭으로 구단을 고민에 빠뜨린 끝에 결국 다시 한 번 재계약에 성공했다.

라이블리는 올시즌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삼성의 외국인 원투 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4일 고척 키움전에서 4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6사사구 5탈삼진 6실점-10일 대구 KT전에서도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 팬들 사이에서도 '라이블리를 빨리 교체해야 한다'와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반응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시즌 삼성이 6년만의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라이블리를 오래 기다려줄 만한 여유는 없어보인다. 스미스의 퇴출 소식은 라이블리에게도 남 일 같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라이블리는 일단 로테이션상 16일 예정된 사직 롯데전 등판이 유력한데 공교롭게도 15일 경기에서 뷰캐넌이 올시즌 리그 1호 완봉승까지 거두면서 라이블리의 투구내용이 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라이블리가 이날도 부진하면 스미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무척 높아진다.

프로는 결국 결과로 말하는 비즈니스다. 비정할 정도로 과감하게 외국인 선수교체를 단행한 키움이나, 아직은 신중을 기하고 있는 삼성이나 정답은 없다. 두 구단의 엇갈린 선택이 앞으로의 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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