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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마시면 소화 잘 될까

비즈니스워치 2021.06.13 원문보기
[食스토리]소화 촉진인가 플라시보 효과인가 [비즈니스워치] 이현석 기자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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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 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직장인 K씨는 종종 과식을 합니다. 회식이 있을 때는 물론,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을 때도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을 깔끔하게 비웁니다. 먹는 순간은 즐겁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괴롭습니다. 배가 더부룩해 숨쉬기 힘듭니다. 가지고 있는 소화제도 없습니다. K씨는 결국 냉장고 안 사이다 한 캔을 꺼내 먹습니다. 트림이 나오니 속이 좀 편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누구나 한 번쯤 K씨와 같은 경험을 해 보시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한 잔 마시면 소화가 된다고 하죠. 어떤 노래 가사는 "가슴이 뻥 뚫린다"며 사이다를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활명수'와 같은 유명 소화제에 탄산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궁금해졌습니다. 탄산음료에는 소화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틀 동안 전날 오후 7시 이후 금식했습니다. 아침 8시 우유 한 컵에 미숫가루 한 스푼을 타 마셨습니다. 이후 점심 시간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동일한 세트 메뉴를 시켜 먹었습니다. 음료에만 차이를 뒀습니다. 한 번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른 한 번은 콜라를 마셨습니다.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 트림이 잘 나온다는 점에서 소화가 되는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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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는 소화에 도움이 될 성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사진=각 사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 탄산음료 제조사들에 문의했습니다. 답변의 내용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탄산음료에 소화 촉진 기능은 없다고 합니다. 청량감과 트림 때문에 소화가 잘 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학계 반응도 비슷합니다. 탄산음료가 위벽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소화작용을 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탄산이 들어간 소화제가 효과가 있는 것도 약에 소화 유도 성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오한진 을지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화에 좋다 나쁘다를 따질 필요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오 교수는 "탄산음료에는 소화 촉진 기능이 없다"며 "탄산이 위벽을 자극해서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가능성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체했을 때 탄산음료를 마신다고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고 느끼는 걸까요. 먼저 소화 과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소화는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위에서는 위벽 근육 수축에 의해 위액과 음식물이 섞입니다. 위액 속 펩신은 단백질을 분해하고, 염산은 음식물을 살균합니다. 이후 소장에서 영양분이 대부분 흡수됩니다. 이를 고려하면 탄산 성분이 소화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은 위까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위에서의 소화 과정에 탄산이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P.Pouderoux 박사 연구팀이 1997년 발표한 '탄산수가 위 배출 및 위내 식사 분포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평균 나이 33세 남성 4명과 여성 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후 작성됐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달걀 2개, 버터 5g, 빵 40g 등으로 이뤄진 700kcal 열량의 식사를 한 후 물, 오렌지주스, 탄산수 등을 섭취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탄산수는 음식물을 원위부(위의 출구)쪽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는 탄산수에 들어 있는 가스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밀도가 낮은 가스가 근위부(위의 입구)를 채우게 돼 음식물을 아래로 밀어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연구는 탄산수의 이러한 작용이 소화를 촉진시키지는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음식물의 위 내 위치에 영향을 끼칠 뿐 더욱 빨리 위를 통과하게 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탄산음료를 마실 때 트림이 나는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식도와 가까운 부분을 가스가 채우고 있으니 배출도 쉬워집니다. 당연히 쉽게 트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소화가 잘 된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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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uderoux 박사 팀의 논문에 따르면 탄산음료는 음식물을 밀어낼 뿐 소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사진=논문 발췌


탄산음료는 오히려 위에 해롭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체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위액과 가스입니다. 탄산음료에는 당분이 많이 들어 있어 소화 과정에서 발효를 일으킵니다. 발효 과정은 가스를 만들죠. 체했을 때 탄산음료를 마신다면 안 그래도 속이 꽉 차 있는 위에 가스를 투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탄산의 자극 때문에 위액이 더욱 많이 분비되고, 체증을 자연스럽게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더 큰 질병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탄산음료는 식도와 위 사이에 위치해 음식물의 역류를 방지하는 괄약근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괄약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소화를 방해합니다. 위 속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탄산음료를 마신다면 더욱 많은 위산이 넘칠 수 있습니다. 이를 오랫동안 방치한다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노혜미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산음료가 변비에 도움된다는 보고가 일부 있지만, 연구 대상자가 적어서 확실한 효과가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다만 탄산이 위식도역류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 증명돼 있는 만큼 이들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탄산음료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왔습니다. 민간 요법과 달리 탄산음료는 소화제의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소화가 된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입니다. 탄산음료를 너무 자주 마신다면 식도와 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면 한 끼 정도를 굶으며 경과를 지켜보거나 죽을 드시고, 낫지 않는다면 가까운 병원에 찾아가시는 것이 옳은 치료법으로 보입니다.

*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부분들을 알려주세요. 그 중 기사 소재로 채택된 분께는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로 드립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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