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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주인이 못갚은 전세보증금 4년새 20배 늘었다

매일경제 2021.06.21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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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치솟자 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도 늘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 창2동 전경. [매경DB]


# 작년 상반기 강서구 화곡동 빌라로 이사 온 A씨는 전세난을 온몸으로 겪은 당사자다. 2018년 근처 신축 아파트에 3억원 후반대 전셋집을 얻었지만 작년 재계약 때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원 넘게 올려달라고 하자 이삿짐을 쌌다. 새 전셋집인 빌라는 보증금이 3억원대 초반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A씨는 "집값이 3억원대라 내 전세금을 빼면 집주인 돈은 몇천만 원에 불과했다"며 "중개사에게 깡통전세라 위험하지 않으냐고 묻자 '전세보증보험이 가능한 집이라 굉장히 희귀한 매물'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었던 A씨는 현재 이 집에 거주 중이다.

아파트에서 빌라로 밀려난 전세난민들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거래가 쉽지 않은 빌라의 특성상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매도를 통해 전세를 승계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한다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지만 이 경우엔 나랏돈이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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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매일경제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입수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 3사의 대위변제액이 현 정부 출범 이후 20배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는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금을 보증보험이 대신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2017년 357억원이던 대위변제액은 2020년 6141억원으로 치솟았고 올 들어서 5월까지는 2148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대위변제액이 급증한 건 전세보증반환보험 가입자가 증가한 탓도 있지만 전셋값 폭등 탓이 더 컸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올라갔고,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이들도 갭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전세시장에 불안을 불러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셋값 상승은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2019년 7월 첫주 이후 지난주까지 103주 연속 상승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해 6월 2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부터 계속 오른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예고는 민간 공급을 대폭 축소시켰다. 이전까지는 2018년 -0.03%, 2019년 1~6월 -2.34% 변동률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정시 확대와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 입시제도 변화까지 겹치면서 학군지 전세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작년 7월 말 전격 도입된 임대차 2법 시행 후 전세 품귀가 심화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자 빌라 전셋값마저 치솟았고, 전세금 보증금 반환 사고도 늘었다. HUG 관계자는 "2019년 이후 빌라 갭투자가 많이 늘었는데, 임대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전세반환보증을 가입하면 전세금이 높다고 해도 걱정이 없다고 홍보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새로 세입자를 받든가, 매도해서 매수자에게 전세를 승계하든가 해야 하지만 빌라를 사고팔기는 쉽지 않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런 대위변제에는 결국 나랏돈이 투입된다. SGI는 민간 섹터에 속하지만 HUG나 주택금융공사는 공공기관이다. 대위변제가 많아질수록 이들의 재정도 악화된다. 단, 주택금융공사의 대위변제액은 아직 없다. HUG 대위변제액은 2018년 583억원에서 작년 4415억원으로 뛰었다.

[김태준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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